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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다 로우지가 없었다면 UFC 여성부도 없었다

 


오직 론다 로우지에 의한

"무슨 일이 있어도 옥타곤에서 여성경기가 열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

2011년 1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는 'UFC에서 여성 경기는 언제 볼 수 있는가?'라는 한 연예 매체 기자의 질문에 여성부를 도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선수층이 얇았을 뿐더러 무엇보다 여성의 싸움에 반감이 있는 사회적인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성들의 경기가 높아진 팬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 있겠냐는 의구심도 들었다.

그리고 약 2개월 뒤, UFC가 한 때 라이벌 단체였던 스트라이크포스를 인수하면서 그는 여성부 경기를 관심 있게 지켜보기 시작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체급을 만들고 선수 모두를 UFC로 데려올 수 있었지만 서두르지 않았다.

이듬해인 2012년 3월, 화이트 대표의 마음이 바뀌기 시작했다. 스트라이크포스에서 펼쳐진 두 여성 파이터의 대결에 완전히 매료됐다. '그래봤자 여자일 뿐이지' 하는 편견을 완전히 깬 경기로, 매우 화끈하면서도 기술적이었다. 당시 격돌했던 선수가 바로 UFC 여성부 밴텀급 초대 챔피언 론다 로우지와 미샤 테이트였다.

2009년 크리스 사이보그 대 지나 카라노의 대결을 두고 "한 명은 랜디 커투어와 같은 포스를 내뿜고 있었지만 상대는 그냥 예쁘장한 태보 파이터였다. 그 대결은 내 생애 최악의 쇼였다"라고 혹평했던 그였지만 이 경기는 달랐다. 여성과 격투기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그저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 하는 뻔한 경기가 아니었다. 메인이벤트에서 싸울 충분한 자격이 있었다.

경기 자체의 매력이 넘쳤다. 초반 미샤 테이트의 스탠딩 러시부터 로우지의 유도식 테이크다운에 이은 서브미션 공격, 테이트의 그라운드 반격, 승부를 결정지은 로우지의 암바까지 쉴 새 없이 전개된 그녀들의 공방에 많은 이들이 열광했다. 테이트가 로우지의 암바에 완벽히 걸려 팔이 꺾였음에도 버티는 장면은 남성들에겐 적지 않은 충격으로 다가왔다.

예쁘고 섹시한 여성들의 대결 자체만으로 시선을 사로잡을 수 있는데, 높은 경기 수준과 뜨거운 내용까지 받쳐주자 그 효과는 상당했다. 쇼타임에서 중계됐던 당시 대회의 시청자 수는 47만 2천명, 스트라이크포스 이벤트 중 역대급 수치를 기록했다.

당시 화이트 대표는 "로우지는 인기스타인 동시에 환상적이며, 종합격투기 역사상 최고의 여자선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녀의 체급에서 마땅한 상대를 찾기 힘들다"고 아쉬워하면서도 "UFC에서 여성경기가 펼쳐진다면 론다 로우지를 올리겠다"고 분명히 했다.

그해 8월 로우지는 사라 카푸만을 상대로 다시 한 번 자신의 가치와 여성 격투기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1분이 채 되기도 전에 경기가 끝나 높은 시청률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 같았지만, 테이트 전에 비해 시청률은 오히려 23%나 상승했다. 52만 9천 명이 이 경기를 시청한 것으로 집계됐다.

흥행은 숫자로 증명됐고 부정적인 시선도 거의 없었다. 로우지라는 스타와 어느 정도의 선수들은 이미 보유한 상태. UFC는 여성부 체급을 만들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여성 경기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하던 화이트 대표는 결국 2년 만에 말을 바꿨다.

여성부를 도입한 지 만 4년, 밴텀급의 성공적인 안착으로 스트로급에 이어 최근 페더급까지 신설돼 현재 UFC에는 3개 체급의 여성부가 운영되고 있다. 화이트 대표는 "로우지가 없었다면 여성부를 도입하려는 생각은 아예 하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한다.

최단 기간 6차 방어…새 흥행 스타로 부상


2012년 11월 UFC 154가 끝난 직후 기자회견에서 화이트 대표는 "로우지가 UFC 여성부 밴텀급 초대 챔피언이 됐다. 중량급 선수의 타이틀 방어전과 겹치지 않는 이상 그녀는 대회의 메인이벤트에 나설 것"이라며 로우지에게 초대 타이틀을 부여한다고 발표했다. UFC는 형제 단체를 흡수하며 체급을 신설할 때 기존 챔피언에게 초대 타이틀을 부여하는 편이다. 페더급의 조제 알도와 밴텀급의 도미닉 크루즈가 로우지와 같은 과정을 겪었다.

로우지는 타이틀 보유자에 걸맞은 기량을 과시했다. 엘리트 유도 선수 경험으로 다져진 신체능력과 탄탄한 그래플링 기술로 6전 전승을 전부 암바로 장식했던 상승세는 UFC에서도 계속됐다.

독무대나 다름없었다. 데뷔전이자 첫 방어전에서 리즈 카무치를 1라운드 암바승으로 제압한 로우지는 2차 방어전에서 미샤 테이트를 다시 만나 또 암바로 항복을 받아냈다. 프로 데뷔 이후 8경기 연속 암바 승리였다.

2014년부턴 일취월장한 타격 솜씨를 과시했다. 테이트와의 2차전 이후 거둔 4승 중 3승을 KO(TKO)로 따냈고, 그 4승을 올리는 데에 걸린 시간은 2분 10초밖에 되지 않았다. 한 경기를 승리하기까지 평균 32초밖에 걸리지 않은 셈이다.

데뷔 때부터 보더라도 로우지의 커리어는 빛난다. 12전 전승을 기록하는 과정에서 3라운드에 승리한 테이트와의 2차전을 제외한 모든 경기를 1라운드에 끝냈다. 판정승은 한 번도 없었다. 챔피언은 체급의 최강자이고, 도전자는 챔피언을 추격하는 위협적인 존재임을 의미하는데, 로우지는 만나는 도전자들을 모조리 압살했다.

그 과정에서 로우지는 UFC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로우지가 메인이벤트에 출전한 정규 대회의 PPV 판매량은 그녀의 흥행 영향력을 잘 나타낸다.

리즈 카무치와 대결한 UFC 157에서 45만개의 PPV가 팔리더니 지난해 2월 열린 UFC 184의 경우 평균을 웃도는 60만개, 베시 코헤이아를 상대한 UFC 190에선 90만개의 유료 시청권이 판매되는 등 시간이 흐를수록 로우지의 흥행 영향력은 치솟았다. 특히 홀리 홈과 맞붙은 UFC 193은 PPV 판매 110만개에 총 입장 관중 56,214명이라는 역사를 썼다.

눈부신 활약만큼이나 많은 상을 받았다. 수많은 어워즈를 수상했고 여러 의미 있는 기록을 세웠지만, 2012년부터 3년 연속 '올해의 여성 파이터'에 선정된 사실 하나로 모든 것을 대변할 수 있다. 지난해엔 '포춘(FORTUNE)'이 뽑은 40세 이하 비즈니스계 톱스타 40인에 이름을 올려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여성부를 신설하고 론다 로우지를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브록 레스너는 2011년 말 은퇴했고, 조르주 생피에르마저 2013년 말 무기한 활동 중단을 선언해 흥행 스타에 목말라있던 UFC 입장에서 로우지의 맹활약은 가뭄의 단비나 다름없었다. 코너 맥그리거가 페더급 챔피언에 오르기 전, 한동안 UFC에 가장 많은 수입을 올려주는 존재가 바로 로우지였다.

타이틀 탈환 아니면 은퇴?


2015년 11월 16일은 론다 로우지가 운동을 시작한 이래 가장 치욕스러운 날이다. 모든 경기를 피니시하며 최단 기간 6차 방어에 성공했던 극강의 그녀가 KO패했다.

패배는 누구나 겪는 것이라지만 첫 패배 치고는 참혹했다. 성급하게 달려들다가 홀리 홈의 펀치와 킥에 고꾸라졌다.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서 클라우디아 헤일에게 패해 탈락했을 때도 "상대가 내 메달과 행복을 빼앗아갔다"고 말할 정도로 상처가 컸지만 이렇게 처참한 모습은 아니었다. 홈의 하이킥을 맞은 로우지는 실신한 상태로 얼굴은 피범벅이었다.

약 3주 뒤 로우지는 쓰린 마음을 털어놨다. ESPN과의 인터뷰에서 "너무나 슬프다. 이가 여러 개 부러졌고 입술이 찢어졌다. 사과를 씹으려면 3~6개월은 걸릴 것 같다. 전화기를 끄고 애완견과 대화만 나눴다"고 상처 받은 심경을 토로했다.

그녀를 가장 힘들게 한 것은 "이제 더 이상 나는 아무 것도 아니다"라는 생각이었다. 이제 최강자도 챔피언도 아니었다. 타이틀 탈환을 노릴 수 있고, 여전히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위치지만, 스스로 볼 땐 경쟁에서 꺾여 밀려난 자리에 불과했다. 또 그동안 자신감에 넘쳐 강하게 내뱉었던 말들은 독이 되어 돌아왔다. 심지어 충격에 "자살도 생각했었다"고 당시의 솔직한 생각을 꺼냈다.

패배의 상처를 제대로 치유할 방법은 승리 밖에 없다. 로우지는 "복귀해야 한다. 복귀해서 홈에게 설욕해야 한다. 또 이가 부러지고 입술이 찢어질지도 모르지만 꼭 다시 싸워야 한다"고 다짐했다.

1년 1개월이 지난 현재 로우지가 바라는 상황은 실현되지 않았다. 홈은 1차 방어전에서 미샤 테이트에게 패했고, 발렌티나 셰브첸코와의 대결에서도 고개를 숙인 뒤 페더급으로 전장을 옮겼다. 설욕하겠다던 목표는 홈이 챔피언에 있을 때를 가정한 것이었다. 이제 로우지의 새로운 타겟은 현 챔피언 아만다 누네스다.

상대가 바뀌긴 했으나 기본적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로우지는 "누네스와의 대결은 내 마지막 경기 중 하나다"고 말할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 물론 패한다 하더라도 바로 은퇴하지 않을 수 있지만, 그 시기는 더 빨라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동안 챔피언으로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지만 로우지의 인생엔 힘든 순간이 더 많았다. 탯줄이 목에 감긴 채 태어나 심장이 멈췄다 기적적으로 다시 뛰었고, 그녀가 어린 시절 지병을 앓던 부친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소녀 시절엔 매트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친구들이 예쁜 옷과 화장품을 사며 학창시절을 즐길 때 로우지는 땀에 찌든 유도복을 입고 끊임없이 상대를 메치는 훈련을 했다.

그 결과 16세의 나이에 유도 국가대표에 선발, 미국인 최초로 주니어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선 미국 역사상 최초로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금 로우지는 그때처럼 훈련에 집중하고 있다. "이번 복귀 준비는 어느 때보다 힘들고 지루했다. 지난 몇 개월간 오로지 훈련만 했다"며 챔피언 벨트를 정조준하고 있다. 이미 겪었던 역경이지만 어느 때보다 고된 시간이다. 그녀가 다시 옥타곤에 다시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명예 회복. 벨트를 다시 손에 넣는 것만이 전부다.

UFC 207
일시: 2016년 12월 31일
장소: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T-모바일 아레나
국내중계(예정): SPOTV, 네이버스포츠, 아프리카TV 생중계

메인카드(PPV)
[여성부 밴텀급] 아만다 누네스(C) vs. 론다 로우지
[밴텀급] 도미닉 크루즈(C) vs. 코디 가브란트
[헤비급] 파브리시오 베우둠 vs. 케인 벨라스케즈
[밴텀급] TJ 딜라쇼 vs. 존 리네커

언더카드(FOX SPORTS 1)
[웰터급] 조니 헨드릭스 vs. 닐 매그니
[웰터급] 김동현 vs. 타렉 사피딘
[웰터급] 마이크 파일 vs. 알렉스 가르시아
[플라이급] 루이스 스몰카 vs. 레이 보그

언더카드(UFC FIGHT PASS)
[웰터급] 팀 민스 vs. 알렉스 올리베이라
[미들급] 안토니오 카를로스 주니어 vs. 마빈 베토리
[웰터급] 브랜든 대치 vs. 니코 프라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