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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빈 베토리의 무한도전

유럽 출신 파이터들이 UFC에서 두각을 나타낸 지 이미 오래다. 특히 영국과 폴란드, 아일랜드 국적의 선수들은 UFC의 정상에 오르며 세계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들은 지금도 각 체급의 랭킹에서 경쟁하고 있다.

그러나 이탈리아는 예외다. MMA가 크게 활성화되지 않은 국가이다 보니 UFC에 선수 자체가 거의 없다. 이탈리아와 MMA는 아직 좀 어색한 느낌도 든다. 그런 이유에서 UFC 미들급 파이터 마빈 베토리의 활약은 의외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베토리가 자란 지역은 MMA의 오지였다. 그는 "나는 북부의 작은 마을 출신으로 그곳엔 정말 아무 것도 없다. 그 지역에선 내가 종합격투기를 높은 수준까지 발전시킨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한다.

또 다른 이탈리아 출신 UFC 파이터 알레시오 디 치리코 역시 같은 국적이지만 환경은 전혀 달랐다. 그는 로마에서 태어나고 자라며 훌륭한 기량의 복서, 킥복서, 주짓수 선수들과 훈련하며 성장했다.

얼마 동안의 시간이 흐른 후 베토리는 고향에서 훈련하는 것으론 UFC 진출이 힘들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런던으로 이주해 슛파이터스 팀에서 2년간 훈련했다. 당시를 돌아보며 그는 "내 프로 경력은 그때부터 시작되었다 볼 수 있다. 그 때부터 프로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고 했다.

또 "처음부터 나에겐 '체육관에 와라. 이걸 해야 해. 왜 훈련을 안 하니'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었다. 키워줄 스승이 없었다. 스스로 기강을 잡아야 했다. 목표달성을 위해선 할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은 스스로 훈련을 계획해야 했다"고 했다.

이런 상황은 그 누구에게도 쉬운 일은 아니지만, 당시 10대를 갓 벗어난 베토리에겐 더욱 힘든 일이었다. 하지만 그에겐 목표와 꿈이 있었다. 목표 달성을 위해 평범한 청년의 삶과 멀어져야 했다.

이후 그는 UFC에 진출한 뒤 유럽과 미국을 오가다 2017년 초 캘리포니아 남부에 자리를 새 둥지를 트고 정착했다. 

UFC 활동 초기 2년 동안 베토리는 2승 1패 1무를 기록했다. 대단하진 않지만 성장할 만한 잠재력을 보여줬고, 이탈리아에서 수준급 UFC 선수가 배출되지 못했다는 것을 감안하면 일종의 성취에 가까웠다. 

첫 패배 뒤 그는 "UFC는 내 삶의 가장 큰 기회다. 조금의 후회, 조금이라도 놓치는 것도 싫다.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한다. 첫 날부터 나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근소한 차이의 판정으로 진 후 더 노력하고 있다. 다시는 그런 경험을 하고 싶지 않다. 최대의 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했다.

2018년엔 두 번째 쓰라린 경험을 했다. 이번에는 더 아쉬운 패배였다. 스플릿디시전에 의해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돌아보면 그렇게 싸운 것만해도 그가 성장한 것을 증명한 결과였다. 당시 그의 상대가 현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이기 때문이다. 

아데산야와 대등한 승부를 벌인 그는 상승한 경쟁력으로 도약했다. 2019년부터 내리 5승을 거둬들이며 5위권까지 올라섰다.

이탈리아 MMA의 선구자라고 할 수 있는 베토리에겐 증명할 것이 두 개 있다. 그는 "우리나라엔 크게 된 선수가 없다. 나는 성공한 선수가 되고 싶다. 사람들이 틀렸단 것을 증명하고 싶다. 내 목표 중 하나다. 또 이탈리아에선 종합격투기 파이터를 길거리 싸움꾼으로 생각한다. 그들이 틀렸음을 보여주고 싶다.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하면 그 목표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첫 번째 도전에선 결실을 맺지 못했다. 그는 지난해 6월 자신의 첫 타이틀전이자 이스라엘 아데산야와의 2차전에서 고개를 숙였다. 큰 차이가 발생한 것은 아니지만 시종일관 근소한 차이로 밀렸는데, 그 차이를 극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곧바로 다시 일어섰다. 4개월 뒤인 그해 10월 계체에 실패한 파울로 코스타와 라이트헤비급으로 맞서 판정승했다. 현재는 재러드 캐노니어와 함께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그 승리로 베토리의 타이틀 도전 가능성은 다시 열렸다. 물론 아데산야가 굳건히 버티고 있고 이미 두 차례 패했기에 쉽진 않겠지만, 컨텐더의 자리를 지키다 보면 기회는 이기기 마련이다. 특히 그가 이번 주말 열리는 UFC 파리에서 로버트 휘태커를 이긴다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랭킹 1위로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휘태커도 베토리와 비슷한 상황이다. 그 역시 아데산야에게 두 번이나 패했지만 1위를 굳건히 하고 있고, 정상 재등극을 꿈꾼다. 둘 중 한 명은 타이틀 재도전의 가능성을 높일 수 있는 반면 한 명은 입지가 조금 흔들리는 것이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