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너 맥그리거는 종합격투기 선수 중 최정상급의 복싱 실력을 가지고 있다. 경량급 최고의 테크니션 조제 알도를 13초 만에 KO시켰고,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에디 알바레즈를 농락하듯 하는 경기력으로 끝장내버렸다.
'정확성이 파워를, 타이밍이 스피드를 압도한다'고 강조한다. 폭발적이지 않고 펀치를 많이 뻗지도 않지만, 예리한 타이밍에 정확하게 가격해 상대에게 큰 충격을 입히는 스타일이다.
그러나 그건 언제까지 종합격투기 안에서 가능한 일이다. 무대가 복싱이라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맥그리거의 실력으로는 복싱에서 명함을 내밀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맥그리거가 약하다는 얘기가 아니다. 종목 자체가 달라 수준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하물며 49승 무패를 기록 중인 세계 최고의 경량급 복서 플로이드 메이웨더를 상대한다면, 승리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보는 게 맞을 듯하다. 맥그리거가 아직 한 번의 경기조차 가지지 않은 만큼 복싱 커리어가 초라하다는 표현조차 사용할 수 없다. '미스매치'로 다 표현되지 않는 그런 경기다.
그러나 현재 둘에게서 그 정도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는다. 대결이 성사된 자체가 둘의 격차를 좁혔다고 봐야 한다. 그리고 서로를 도발하며 자신감을 내비치는 모습은, 말도 안 되는 미스매치보다 기대감 높은 하나의 빅매치라는 느낌을 들게 한다.
순수 기량에선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멘탈 만큼은 맥그리거도 밀리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유리한 상황이라고 할 수도 있다.
맥그리거는 이전 기자회견에서 "4라운드 안에 메이웨더를 KO시키겠다"고 말했었다. 이변을 만들어내는 자신의 능력에 대한 흔들림 없는 믿음이 있다는 얘기다. 상대가 강하다고 해서 적어도 지고 들어가진 않는다. 언더독이 승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부분을 요소를 품고 있다.
다른 하나는 잃을 것이 없다는 점이다. 복싱은 맥그리거가 아닌 메이웨더의 전장이며, 특히 메이웨더는 현대 복싱의 정점에 있는 선수다. 무엇으로 보나 맥그리거를 완전히 압도해야만, 겨우 본전이다. 불안하거나 어설프게 이기면 명성에 마이너스밖에 되지 않으며, 만약 패한다면 복싱 인생에 씻을 수 없는 오점으로 남는다.
반면 맥그리거는 부담이 없다. 이 경기에서 패한들 누구도 기량을 탓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한 채 패하지만 않는다면, 본전 이상을 찾는 셈이다. 천하의 메이웨더라도 매 에는 장사가 없기에 승부를 걸어볼 만하다. 펀치의 파워에서는 체격이 큰 맥그리거가 우세할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그래서 메이웨더는 KO승을 다짐한다. "판정으로 끝난다면 맥그리거가 이긴 경기다. 그렇게 되진 않을 것"이라며 "맥그리거는 나보다 크고 길다. 모두가 펀치의 파워에서 그가 강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지식은 내가 더 많고 경험도 풍부하다"고 했다.
한편 게나디 골로프킨의 트레이너인 아벨 산체스는 기술적으로 맥그리거가 이길 방법은 "메이웨더가 움직여 펀치를 내기 전에 먼저 펀치를 내고 더 빨리 움직이는 것 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기회를 보며 기다리는 게 아닌 3분 내내 끝없이 손과 발을 움직여야 한다는 말이다.
"턱에 한 방 펀치를 넣으려고 기다린다면 밤을 새도 부족할 것"이라는 산체스는 "일단 메이웨더의 화를 부추긴 다음, 실수를 하면 그 때 잡을 수 있을 것이다. 맥그리거는 후반으로 갈수록 유리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