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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비스핑, 실바戰 승리 비결은 강한 멘탈

 


전 미들급 챔피언 앤더슨 실바의 장기는 화려한 타격만이 전부가 아니다. 경기 중 가드를 내린 채 스텝을 멈추거나 변칙적인 동작을 취하는 등 즉흥적인 도발을 잘 하기로 유명하다. 어떻게 보면 무모할 수 있지만 심리전에 능하고 뛰어난 타격을 갖춘 실바이기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지금까지 여러 선수들이 실바가 놓았던 덫에 말려들어 경기를 그르쳤거나 적지 않게 당황했다. 제대로 농락당한 라이트헤비급 파이터 포레스트 그리핀과 스테판 보너가 대표적인 경우. 크리스 와이드먼만이 냉정하게 운영하며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런 전략으로 한 차례 큰 실패를 맛봤었고, 최근 하향세인 만큼 정면 승부를 볼만도 하지만 실바의 성향은 여전했다. 따로 준비한 것이 아님에도 경기 중 갑자기 도발하며 상대를 끌어들였다. 그러나 이젠 상대들도 그런 실바의 노림수를 훤히 꿰뚫고 있는 듯하다.

실바가 28일(한국시간) 영국에서 열린 UFC FIGHT NIGHT 84에서 마이클 비스핑에게 패했다. 갑자기 파고드는 기습적인 러시는 여전히 위협적이었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 경기를 지배해가는 모습은 보기 어려웠다. 노림수였던 카운터펀치가 제대로 터지지 않아 결국 승리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전 실바의 승률은 80%에 육박했다. 비스핑이 만만한 선수가 아니고 최근 기세도 떨어졌다지만 이 정도 상대는 넘어설 것으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실바가 못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지난 닉 디아즈와의 대결보다 훨씬 더 실바다운 운영을 보여줬다. 계속되는 도발과 변칙적인 동작으로 심리전을 걸었다. 그러나 비스핑의 대응이 좋았다. 경기 초반부터 신중히 전진한 비스핑은 무리하지 않았고 한결 같은 페이스로 운영하며 포인트를 차곡차곡 쌓았다.

1라운드와 2라운드는 침착한 압박으로 앞서나가던 중 종료 직전 큰 펀치를 적중시키며 실바를 당황시켰다. 3라운드 후반 마우스가 빠졌다고 어필하다가 다운을 당하기도 했지만 이후 근성으로 버텨내며 승리할 수 있었다. 세 명의 부심 전원은 48대 47로 비스핑의 우세로 채점했다.

무엇보다 이날 비스핑은 강한 멘탈을 바탕으로 한 냉정한 경기 운영이 돋보였다. 2라운드 들어 실바가 가드를 내리고 도발하자 똑같이 맞서는 모습을 보여주더니 이후 실바가 무엇을 해도 자신이 해야 할 것을 꿋꿋히 해 나갔다. 공격을 받아주는 척 하다가 반격을 노린 실바는 비스핑의 냉정한 게임에 재미를 못 본채 다시 정상적인 타격전에 임하기를 반복했다. 그러면서 포인트는 빼앗겼다.

비스핑은 타격을 입혔다고 해서 급하지도 않았다. 이에 실바는 3라운드 후반 비스핑에게 충격을 입힐 때까지 타격 타이밍을 제대로 잡지 못했다. 반격하려고 하면 어느새 비스핑은 사정권에서 빠져있었다.

비스핑은 지금까지 실바를 상대한 모든 선수 중 멘탈적인 부분에서 가장 준비가 잘 된 선수로 판단된다. 냉정함을 잃지 않은 경기 운영으로 승리했고, 경기 전에는 오히려 자신이 도발하며 실바의 심기를 건드리기도 했다. 1라운드가 끝난 뒤 실바의 포옹을 강하게 거부하는 모습에서 절대 기세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느껴졌다.

그리고 경기 후 마음속에 있던 것을 털어놨다. "커리어 내내 실바와의 대결을 원해왔었다. 경기 전엔 많은 설전이 있었지만 난 실바를 존경하고 숭배한다. 거만한 철부지였던 내가 실바의 경기를 보고 나 역시 저런 선수가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그는 나에게 영웅이었다. 그를 존중하고 고맙다. 포기하고 싶었지만 영국 팬들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며 눈물을 흘렸다.

이번 승리로 비스핑은 영국에서 무패행진을 이어가게 됐으며 상위권에 올라갈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재 비스핑의 미들급 랭킹은 7위다. 반면 실바는 와이드먼에게 2연패한 뒤 복귀전 승리가 도핑 문제로 무효로 바뀌었고, 이번에 비스핑에게 패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등 선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