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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비달의 세 번째 기회

라이트헤비급 전 챔피언 다니엘 코미어, 플라이급·밴텀급 전 챔피언 헨리 세후도는 미국 국가대표 레슬러로 활약하다 MMA로 전향해 크게 성공한 대표적인 파이터다. MMA에서 성장하기 위해 정해진 정석적인 과정은 없지만, 이들은 나름대로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성장 과정이 이들과 완전히 반대되는 선수도 있다. 웰터급의 호르헤 마스비달이 대표적인 경우다. 그는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나 불우한 환경에서 성장했다. 쿠바인 아버지와 페루인 어머니 아래에서 자란 마스비달은 영어에 익숙하지 않아 어린 시절 놀림을 받아 싸움에 자주 휘말렸다.

그러다 무료로 운동할 수 있었던 동네 복싱 체육관에서 (故)킴보 슬라이스를 만나면서 전문적인 싸움의 길에 발을 내디뎠다. 킴보의 권유로 길거리 싸움에 입문한 것. 그는 흔히 말하는 스트리트 파이터 출신이다.

싸움에 재능을 보인 마스비달은 결국 프로의 세계에 입문했다. 2003년 5월 AFC란 대회에서 1라운드 KO승으로 데뷔전을 화려하게 신고했다. 2004년까지 AFC에서만 패배 없이 5승을 거둬들이며 처음부터 두각을 나타냈다.

프로 파이터지만 그는 누구보다 생계를 위해 싸워야했다. 먹고 살기 위해 실 틈 없이 링과 케이지에 올랐다. 한 해도 거를 수 없었다. 

경기를 치를수록 실력은 향상됐으며, 그에 걸맞게 활동하는 무대도 넓어졌다. 2006년 보독파이트, 2007년 스트라이크포스, 2008년 센고쿠, 2009년 벨라토르에서 경쟁했고 2011년엔 스트라이크포스에 복귀했다.  

그리고 UFC의 스트라이크포스 인수로 그는 마침내 2013년 MMA 단체의 정점에 있는 UFC에 입성했다. 당시 그의 전적은 23승 7패였다. 

UFC에서의 경쟁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타격가인 그는 여러 레슬러들과 맞서야했고, 연속 세 번의 패배가 스플릿 디시전으로 결정되는 불운이 따랐다. 그 중 판정 논란이 생긴 경기도 있었다. 옥타곤에서 2017년까지 9승 6패로 만족스럽지 못한 성적표를 받았다.

마스비달은 2017년 1승 뒤 2패의 부진을 떠안은 뒤 2018년 프로 데뷔 이후 처음으로 경기를 치르지 않은 채 재정비의 시간을 보냈다. 

결과가 좋았다. 2019년 복귀해 대런 틸, 벤 아스크렌, 네이트 디아즈를 차례로 쓰러트리면서 핫한 파이터로 부상했다. 아스크렌과의 경기에선 5초 만에 플라잉니킥 KO승을 거두며 올해의 넉아웃을 수상했고, 디아즈를 이기고 BMF 타이틀도 얻었다.

그리고 그에게 두 번의 타이틀 도전 기회가 찾아왔지만 고개를 숙여야했다. 챔피언 카마루 우스만과의 2연전에서 패했다. 길버트 번즈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하면서 대체 선수로 기용됐던 1차전에서는 우스만의 레슬링을 극복하지 못했고, 2차전에서는 준비 기간이 충분한 만큼 승리를 다짐했으나 우스만의 펀치에 쓰러지는 아픔을 겪었다. 커리어 통산 50번째 경기에서 챔피언 등극의 결실을 맺으려 했다가 13년 만의 KO패라는 결과를 받아들여야만 했다.

하지만 흥행력이 좋고 늘 화제의 중심에 서는 그에게 또 기회가 찾아왔다. 이번 주말 열리는 UFC 272에서 랭킹 1위 콜비 코빙턴과 맞선다. 6위인 그가 이기기만 하면 정상에 성큼 다가서게 된다.

두 선수의 행보가 이목을 끈다. 당초 둘은 아메리칸탑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으나 관계가 틀어지더니 앙숙이 되고 말았다. 오랜 설전 끝에 옥타곤에서 맞서는 만큼 어떤 결과가 나오고, 경기 이후 두 선수가 어떤 관계를 형성할지 관심이 모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