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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MA의 공식을 깨는 사나이 스테판 톰슨

 


종합격투기 경기 스타일은 시간이 흐를수록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시작은 싸움을 연상케 하는 무규칙 격투기였다. 서로 다른 무술이 만나 부딪친다는 의미로 흔히 이종격투기로 불리기도 했다. 킥복서, 유도가, 레슬러, 주짓떼로, 낙무아이 모두 자신이 수련한 무술로 다른 무술을 익힌 상대와 겨룰 때였다.

그러다가 언제부터 '웰라운드 파이터'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종목의 특성상 다양한 무술을 섭렵해야 경쟁력이 있었고, 이에 타격과 그래플링에 전부 능한 파이터가 생겨난 것이다. 이것은 이종격투기에서 자연스럽게 종합격투기로 넘어가는 과정의 단면으로, 종합격투기는 그렇게 하나의 운동 종목 혹은 무술로 완성되어갔다.

그러다가 2000년대 중반 일본 종합격투기가 내리막길을 걷고 UFC가 독보적인 단체로 입지를 굳히면서 경기 트렌드는 다시 바뀌었다. 테이크다운에 후한 점수를 주며 그라운드 지배가 중요해짐에 따라 레슬링의 비중이 크게 늘었다. 타격과 서브미션 위주의 경기에서 타격과 상위포지션에서의 압박으로 바뀐 것이다. 전장은 링에서 케이지로 바뀌었다.

이것이 종합격투기 경기 스타일의 완전체가 될 것 같았다. UFC가 주도하는 흐름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고, 선수들의 기량이 상향평준화되는 만큼 룰이 변경되지 않는 이상 바뀔 것 같지 않았다.

그런데 그런 흐름에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현대 종합격투기의 공식이 조금씩 깨지고 있는 양상이다. 실전 대결에서 효력이 없을 것만 같은 공격으로 재미를 보는 선수들이 생기고 있고, 급기야 현대 종합격투기의 흐름을 역행하는 선수마저 눈에 띄고 있다.

신호탄은 앤더슨 실바였다. 실바는 미들급 타이틀 방어전에서 프론트킥으로 비토 벨포트를 쓰러트리며 수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태권도로 치면 앞차기, 무술의 품새용으로만 쓰일 것 같은 이 공격으로 승리를 따내는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그의 동료인 료토 마치다는 실바의 프론트킥을 업그레이드한 킥으로 랜디 커투어를 KO시키기도 했다.

앤서니 페티스의 매트릭스킥과 손을 바닥에 짚은 채 시도하는 하이킥, 에드손 바로보자와 비토 벨포트의 백스핀 휠 킥도 같은 선상에 있다. 전부 종합격투기에선 필요가 없을 것으로 여겨지던 공격이었다. 폼은 나지만 자세가 안정적이지 않아 불리한 포지션을 내줄 가능성이 높고 정확도 역시 낮았다.

그런 공격이 시도되고 실제 통하는 것은 편견에서 발생하는 허점을 공략한 결과다. 쓸모없는 기술로 인식돼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가는 당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프론트킥의 경우 의외로 효율적이고 백스핀 휠 킥은 잘 가다듬으면 좋은 무기가 될 수도 있다.

최근에는 새로운 유형의 선수들이 눈에 띈다. 가장 핫한 파이터로 맹활약하고 있는 페더급 챔피언 코너 맥그리거는 탄탄한 그래플링을 기본 전력으로 까는 현대 종합격투기의 강자들과는 차이가 있는 선수다. 누구나 선호하는 타격과 공격형 레슬링의 조합은 맥그리거의 그것과 다르다.

맥그리거는 타격은 뛰어나지만 그래플링에 약점을 보이는 선수라고 할 수 있다. 채드 멘데스와의 경기에서도 들어오는 테이크다운에 족족 넘어갔고, 하위에서는 탈출이나 포지션 역전보다는 때리는 데에 치중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이전 세대 파이터 같은 느낌도 조금 든다. 그러나 그는 타격의 타이밍과 정확도 등의 전력치로 그런 단점을 커버해내며 정상에 올랐다.

최근엔 맥그리거보다 그런 성향이 더 짙은 선수가 등장해 화제다. 얼마 전 웰터급 전 챔피언 조니 헨드릭스를 KO시킨 '원더보이' 스테판 톰슨이 그 주인공이다.

톰슨은 킥복서 출신이라고 하지만, 정통 킥복서나 낙무아이의 움직임과는 다르다. 가드는 내려가 있고 스탠스는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옆으로 돌아가 있다. 태권도 선수처럼 말이다. 마치 ITF 태권도를 보는 것만 같다. 그의 그런 움직임은 켐포 가라데 수련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의 이종격투기 냄세가 물씬 풍긴다. 그런데 그에겐 분명 뭔가가 있다. 기본적으로 신체조건이 좋고 빠르다. 무엇보다 정형화되지 않은 움직임이 오히려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 이런 스타일의 선수가 웰터급 랭킹 2위까지 오를 것이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었을까. 물론 그렇다고 옛날처럼 단순히 무술로만 싸우는 선수도 아니다.

운이 따라주면 누구나 한번은 이길 수 있지만, 톰슨은 확실한 실력이었다. 제이크 엘렌버거와 조니 헨드릭스를 쓰러트리며 UFC 6연승의 성적을 낸 것은 경쟁력이 부족할 경우 불가능한 것이다. 이 스타일이 종합격투기의 새로운 트렌드가 될지는 두고 봐야 알겠지만, 기존의 정형화된 스타일이 깨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그가 어디까지 올라설 수 있을지 업계와 팬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