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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배 뒤 각성한 정찬성

'코리안 좀비' 정찬성이 달라졌다. 지난 경기에서 자신의 의도대로 코치진을 한국으로 불렀다가 실패의 쓴맛을 본 그는 이번에 미국으로 건너갔다.

그것이 전부가 아니다. 그는 이전에 미국에 방문했을 때 경기 준비의 절반은 코치진의 지시를 따르지 않은 채 자신의 생각대로 했지만, 이번엔 모든 것을 내려놓고 현지 전문가들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감량 역시 지금까지와 달리 UFC 파이터들을 관리하는 UFC PI 전문가의 지시를 이행하고 있다.

덕분에 마음이 편해졌다. 전문가들이 만족할 만한 상태가 만들어졌고, 본인 역시 그들을 믿고 따르면서 불안감이 사라졌다(이하 기자회견 일문일답).  

- 계체를 준비 중인데, 줄일 체중이 얼마 정도 남았나?
"지금 74kg이다. 원래 하던 템포와 비슷하다. 이번의 경우 이전이랑 다른 부분은 UFC PI의 지침을 따르고 있다. 내가 하던 방식과 완전히 다르다. 원래 체중을 잘 줄이기도 했지만 이번에는 더 좋은 컨디션을 만들기 위해 UFC 파이터들을 관리하는 주최측 전문가의 지시를 따르고 있다. 원래 하던 것에 비하면 훨씬 힘든데 이 방법이 회복이 빠르다고 해서 믿고 이행하고 있다."

- 훈련을 방식을 바꾸려다 원래대로 한다고 했다. 훈련 성과는 어떤가.
"오르테가나 모이카노보다 댄 이게와 비슷한 스타일의 선수가 너무 많아서 준비를 충분히 할 수 있었다. 보통 스파링 파트너가 2~3명인데, 이번에는 8~9명이 배정됐다.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번엔 유난히 좀 편하게 느껴진다."  

- 특별히 편한 이유가 있는가.
"사실 내가 파이트레디에 와서 훈련할 때 코치진 말을 반 밖에 듣지 않았다. 내가 잘하는 것은 내 방식대로 하는 게 맞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 믿지 못한 부분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를 완전히 다 내려놓고 맡겼다. 시키는 모든 부분을 그대로 따랐다. 음식, 컨디셔닝, 타격, 주짓수 등 모든 부분을 이곳 전문가들의 지시대로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 이전에 국내에서의 훈련을 잘못된 선택이라고 하셔서 미국에서 준비했다. 훈련의 정도는 곧 자신감이라고 하는데, 어느 정도로 준비가 됐고, 어느 정도로 자신감이 올라왔는가? 지난해 한국에서 훈련했을 때와 비교해 성과나 만족도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가.
"경기 전에는 항상 불안감이라는 게 있다. 내가 상대보다 낫고, 그런 부분에서의 자신은 있는데 불안함을 떨칠 순 없었던 것 같다. 특히 오르테가와의 경기 때 심했다. 한국에서 준비할 땐 전문가라고 할 사람이 에디 차 코치님 밖에 없었다. 영양, 헬스케어, 회복 등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보니 나 스스로를 믿는 수밖에 없었다. 막상 경기장에 가니 그런 것에서 비롯되는 불안감이 생겼다. 하지만 이번에는 손끝부터 발끝까지 모든 부분에서 전문가들이 만족할 정도의 상태가 만들어졌다. 상대 혹은 내가 강하다고 평가받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을 떠나 각 분야의 전문가들과 하다 보니 불안감이 사라지고 이렇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자신의 생각이 반 정도는 옳다고 믿었다고 했다. 그 중에서 가장 착오가 있던 부분이 무엇인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가장 큰 부분은 체력이다. 미국에서는 무조건 격투기가 먼저다. 웨이트트레이닝을 당연히 하지만 그게 절대 주가 되지 않는다.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상의를 해서 조화가 이루어지는데, 내가 체력적인 부분에서 만족이 안 되다 보니 막 뛰기 시작했고, 결과적으로 조화가 깨지고 어그러졌다. 그래서 몸이 힘들었다." 

- 댄 이게는 작고 빠른 타격가다. 선수마다 자신한데 잘 맞거나 편한 스타일이 있게 마련인데, 이런 스타일의 선수를 상대하기에 어떻게 느껴지는가. 
"일단 빠르긴 하지만 내가 훨씬 길다. 신체 사이즈에서 우위에 있다. 압박하는 능력도 내가 훨씬 낫다고 본다. 나에겐 그렇게 많은 스텝이 필요하지 않지 않나 생각하고 있고, 준비한 대로 하면 필요한 스텝은 많이 할 것 같다. 요즘 그런 얘기도 많다. 스텝을 꼭 해야한다? 가드를 꼭 올려야 한다? 그런데 이건 선수마다 다르다. 게임이 아니다. 스텝이나 파워, 펀치력 등을 쉽게 장착할 수 있는 운동이 아니다. 선수에게 잘 맞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고 그것을 이곳에서 많이 잡았다. 잘 될 것 같다." 

- UFC APEX는 옥타곤 사이즈가 약간 작다. 이게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은가.
"난 압박하는 스타일이라서 케이지가 작으면 훨씬 좋다. 댄 이게도 처음엔 스텝을 밟다가 나중엔 없는 편이라 나쁘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나에게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본다."

- 그동안 멋진 경기를 많이 만들어 냈는데,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만족하는 승리를 꼽는다면?
"모든 승리가 다 특별했다. 트위스터도 그렇고 7초 승리도 대단했다. 또 포이리에, 버뮤데즈, 에드가와의 경기도 좋았다. 고르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도 고르라면 트위스터인 것 같다. 아무래도 가장 특이한 기술이었고 UFC에서 처음 나온 피니시였다." 

- 이번에는 상황도 그렇고 경쟁력을 증명하겠다고 했는데, 댄 이게에게 승리하면 시선이 위쪽으로 향하는가?
"그렇게 되지 않을까 싶다. 사실 랭킹이 높다고 다 상위랭커와 붙을 순 없다. 이전 경기에서 졌기 때문에 이게와의 경기를 받은 것이다. 사실 이 경기를 안 받을 수도 있었는데, 어쨌든 받았고 다음은 나에게 더 득이 되는 경기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