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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견 깨고 대기만성

불과 4년 전까지만 얀 블라코비츠가 라이트헤비급 정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했던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람들은 그를 UFC 챔피언이 될 정도로 경쟁력 있는 파이터로 보지 않았다.

블라코비츠는 폴란드 MMA 단체인 KSW의 라이트헤비급 챔피언 출신으로 지난 2014년 UFC에 입성했다. 데뷔전에서 그는 일리르 라티피를 1라운드에 쓰러트리며 앞으로의 활약을 예고했다.

하지만 이후 가시밭길을 걸었다. UFC에서의 경쟁은 그가 생각했던 것보다 험난했다. 두 번째 경기에서 지미 마누와에게 패하더니 코리 앤더슨에게도 무릎을 꿇으며 커리어에서 처음으로 연패를 경험했다.

2016년 1승을 올리고 한 숨을 돌리는가 싶었으나 연패의 아픔은 또 찾아왔다. 알렉산더 구스타프손과 패트릭 커밍스와 맞서 고개를 숙였다. 

당시 그의 최근 5경기 전적은 1승 4패. 기대되는 파이터와는 거리가 있었다. 화끈하고 열심히 싸우지만 기술적인 수준이 높지 않은 파이터로 보는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때까지의 부진은 어쩌면 적응하는 과정이었을지도 모른다. 블라코비츠는 2017년 10월 데빈 클락을 넘고 캐러드 캐노니어를 꺾더니 지미 마누와에게 설욕했다. 이어 니키타 크릴로프마저 무너트리며 4연승을 달성했다.

물론 꽃길만 걸은 것은 아니다. 타이틀 도전자결정전 성격을 띠었던 2019년 티아고 산토스와의 대결에서 무너졌다. 산토스의 강한 펀치에 옥타곤에서 첫 피니시 패배를 허용했다.
 

하지만 패배가 부진으로 연결된 과거와는 달랐다. 복귀전에서 루크 락홀드를 KO시켰으며, 그래플링에 능한 호나우도 소우자에게도 승리했다. 지난해엔 코리 앤더슨과 다시 맞붙어 1라운드 KO승으로 완벽한 복수극을 선보였다. 

그리고 큰 기회가 그에게 찾아왔다. 도전자 결정전도 아니고, 잠정 타이틀전도 아니었다. 존 존스가 타이틀을 반납하면서 새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정식 벨트를 걸고 싸울 기회가 생긴 것이다. 

상대는 도미닉 레예스. 쉽지 않은 경기가 될 것으로 보였다. 레예스가 신체조건에서 유리하며 타격의 기술적인 수준도 높다고 평가받았다. 안정적인 스탠딩 운영에 능해 빈틈을 찾아내기도 쉽지 않다. 블라코비츠는 언더독으로서 이변을 바라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일반적인 예상과 다르게 그는 레예스를 2라운드 TKO로 물리치고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둘렀다.

챔피언이 되기까지 매 경기가 그에겐 증명이었다. 언더독으로 평가된 적도 많았지만, 그때마다 보란 듯이 이겨냈고 결국 정상까지 올라섰다. 1차 방어전이었던 이스라엘 아데산야와의 지난 경기도 언더독에 처해 자존심이 상할 만 했지만 그는 극복해냈다. 

원래 이런 능력이 있는 파이터였을까, 아니면 자리가 사람을 만들었을까. 그의 능력치는 이제야 인정을 받는 듯하다. 

블라코비츠는 이번 주말 UFC 267에서 2차 방어에 나선다. 상대는 항상 우직하게 싸우는 글로버 테세이라. 1979년생인 테세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5연승의 상승세로 7년 만에 정상 재도전의 기회를 잡았다.

한편 UFC 267은 오는 28일(한국시간)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다. 페트르 얀 대 코리 샌드하겐의 밴텀급 잠정 타이틀매치, 이슬람 마카체프 대 댄 후커의 라이트급매치 등 기대되는 경기가 많이 예정돼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