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리 맥도널드가 지금까지 세 번의 패배를 겪은 바 있긴 하지만, 이렇게 승리를 내준 적은 없었다. 지난 19일(한국시간) 캐나다 온타리오주 오타와에서 열린 UFN 90에서의 맥도널드는 무기력했다. 수준 높은 수싸움을 벌인 것 같지만, 냉정히 보면 해답을 찾지 못한 채 시종일관 상대인 스티븐 톰슨에게 끌려 다녔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맥도널드의 장점은 수준 높은 기량을 바탕으로 한 안정된 경기 운영이다. 기술적인 부분에선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던 그였다. 그런데 그런 맥도널드가 톰슨과의 이번 경기에선 마땅히 보여준 게 없었다. 25분 동안 답답한 경기를 펼치다 옥타곤을 빠져나왔다.
사실 경기 전만 해도 맥도널드가 우세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톰슨이 일반적이지 않은 스타일인 만큼 까다롭긴 하나 맥도널드의 경우 과거 한 팀에서 같이 훈련했던 경험이 있고, 이번 경기를 대비해 마이클 페이지 그리고 가라데 고수를 초빙해 훈련한 만큼 충분한 대비가 돼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무엇보다 공격의 옵션에서 맥도널드가 앞서는 게 사실이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 보니 톰슨은 예상보다 훨씬 까다로웠다. 긴 치리를 활용한 잽으로 상대를 공략해 나가는 게 맥도널드의 스타일인데, 그 스타일이 전혀 빛을 보지 못했다. 킥 자세를 취한 톰슨의 거리는 기본적으로 멀었고, 빠른 좌우스텝과 스위치 동작에 상대를 묶는 데에 실패하고 말았다. 타이밍을 좀처럼 잡지 못했다.
세 번의 기습 하체관절기는 때마다 무위로 돌아갔으며 테이크다운도 통하지 않았다. 후반에는 펀치를 맞을 각오를 한 채 거리를 좁혀 공격했으나 결과는 좋지 않았다. 한 대를 때리면 톰슨은 두 대를 돌려줬다. 그 과정에서 코뼈가 골절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제 톰슨의 다음 경기는 타이틀전이 될 전망이다. 2위로서 1위인 맥도널드를 꺾은 만큼 타이틀에 도전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하다.
톰슨은 경기 후 "화끈한 경기를 기대했는데 맥도널드가 나에 대해 준비를 많이 한 것 같다. 초반 맥도널드의 자세를 보자마자 체스매치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신중하면서도 치열한 경기 말이다. 우리는 영원한 친구다. 로비 라울러 대 타이론 우들리의 승자와 뉴욕에서 맞붙고 싶다"는 소감을 밝혔다.
현 웰터급 챔피언은 로비 라울러다. 2014년 말 조니 헨드릭스를 꺾고 정상에 오른 뒤 맥도널드와 카를로스 콘딧을 물리치며 2차 방어에 성공한 상태다. 그리고 그는 오는 7월 31일 UFC 201에서 타이론 우들리를 상대로 3차 방어를 타진한다.
톰슨은 이왕이면 상대가 라울러가 되길 바란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톰슨은 "우들리보다 라울러와 대결하면 좋겠다. 물론 라울러가 이길 것으로 보이긴 하지만 말이다. 라울러가 경기를 계속 치른 반면 우들리는 그렇지 않았고, 라울러는 우들리와 달리 후반으로 갈수록 오히려 더 강해지는 것 같다. 그 경기가 뉴욕에서 열리는 UFC 205에서 펼쳐지길 바란다"고 솔직한 생각을 전했다.
우들리의 마지막 경기는 지난해 초 UFC 183에서 벌인 켈빈 가스텔럼과의 대결이었다. 이후 10월 4일 조니 헨드릭스와 격돌할 예정이었으나, 무리한 감량으로 계체 직전 헨드릭스의 건강에 이상이 생기며 경기가 취소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