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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진수 "페트르 얀에게 좋은 패배…성장 밑거름 돼"

패배라도 다 같지 않다.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허무하게 패하는 게 최악의 경우라면,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패배 속에서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깨달았다면 경험으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밴텀급 파이터 손진수는 후자에 해당한다. 그는 지난해 9월 UFC 데뷔전에서 페트르 얀에게 판정패했다. 목표로 했던 승리를 얻을 수 없었으나 강호를 상대로 화끈한 경기로 자신의 이름을 알렸고, 자신이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다. 

스스로 '좋은 패배'로 돌아본다. 그 덕에 10개월이라는 시간 동안 기본기를 탄탄히 하고 기술적인 부분을 수정할 수 있었다. 성장했다고 자신한다.

이제 그것을 증명할 차례다. 손진수는 오는 21일(한국시간) 열리는 UFC on ESPN 4에서 옥타곤 첫 승에 재도전한다. 이번엔 '좋은 패배'도 용납되지 않는다. 아무리 좋은 내용보다 승리라는 결과가 가장 중요하다(이하 인터뷰 전문).  

- 데뷔전 결과가 만족스럽지 못했다. 스스로 경기를 어떻게 돌아보는가.
선수는 여러 가지 모습으로 패할 수 있는데, 나의 경우 핑계가 없을 정도로 좋은 패배를 경험했다고 생각한다. 그냥 적나라하게 기량 차이로 졌다. 그래서 아쉬움도 없다. 실력을 더 키워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그게 성장 밑거름이 되고 있다.

- 준비기간이 짧은 게 영향을 미쳤나?
사실 1라운드가 끝난 뒤 체력이 고갈됐다. 2라운드부터 주먹을 뻗기 힘들 정도였다. 그런 부분에서 준비기간이 짧았던 게 아쉽지만, 내가 선택한 것이고 그것도 실력의 일부다. 평소에 충분히 준비하지 않은 내 탓이다. 

- 옥타곤에서의 첫 경기. 느낀 점이나 배운 점이 있다면?
원래 긴장을 전혀 하지 않기에 데뷔전도 걱정하지 않았다. 근데 UFC라는 무대는 확실히 달랐다. 그게 옥타곤에 서보지 않은 사람은 잘 모를 거다. 큰 경기장에 사람이 많이 모인 것도 있지만 펀치가 스치기만 해도 함성이 터지고 하면서 많이 흔들렸다. 계속 경험해야 적응이 될 것 같다.

- 긍정적으로 보자면 어떤 점을 얻었는가?
일본에선 내 턱을 시험할 기회가 없었다. 맞지 않겠다는 생각만 하고 운동을 했다. 하지만 이번에 턱을 시험해봤기 때문에 앞으로 지금껏 해보지 못한 스타일이나 기술적인 시도를 과감히 해볼 수 있다는 점이 얻은 게 아닌가 싶다. 

- 보너스에 선정됐음에도 계체 실패로 인해 받지 못한 게 두고두고 아쉬울 것 같다.
요즘 환율이 올라서 더 배가 아프다(웃음). 경기가 끝났을 땐 패배의 아픔에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일주일, 이주일, 한 달이 지나면서 아쉬운 마음이 점점 밀려왔다. 이번에 보너스를 받는 방법 밖에는 아쉬움을 떨칠 방법이 없을 것 같다.

- 체중을 맞추지 못한 이유를 들자면?
경기 제안을 받을 당시 공부를 하던 중이라 2개월간 체육관을 나가지 않았고, 체중이 78kg까지 불어있었다. 4주 동안 61kg으로 내리는 게 너무 힘들었다. 같은 실수는 하지 않는다.

- 결과는 좋지 못했지만, 이후 페트르 얀이 좋은 성과를 내면서 당신의 경기력이 재조명을 받는 분위기다.
나에 대해 좋은 말을 해주니 기분이 나쁘진 않은데,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찬성이 형이 더스틴 포이리에를 이기고, 김훈 선수가 로버트 휘태커를 이긴 것과 비교된다. 난 '졌지만 잘 버텼다'는 느낌이다. 자극이 많이 된다. 빨리 올라가는 수밖에 없다.

- 패배 이후 어떤 부분에 포커스를 맞추고 운동했는가.
사실 난 다른 사람보다 빨리 올라가기 위해 기본을 놓친 부분이 많았다. 그런 부분이 후반으로 갈수록 상대와의 차이를 만든 것 같다. 초심으로 돌아가 기본이나 좋은 습관을 들이는 데에 집중했다. 

- 최근 스승인 정찬성이 좋은 결과를 내서 팀 분위기가 좋을 것 같다. 그의 승리가 당신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나?
정말 팀 분위기가 너무 좋다. 누구에게나 모든 경기가 다 소중하고 승리가 값지지만, 팀의 수장이 좋은 모습으로 이긴 건 느낌이 다르다. 긍정적인 에너지가 넘쳐서 운동도 잘 된다.

- UFC는 신인들에게 냉정하고 가혹한 곳이다. 많은 기회를 주지 않는다. 이번이 두 번째 경기임에도 받는 압박감이 적지 않을 것 같다.
이번 경기가 굉장히 중요하고,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안다. 압박감이 없다고 말할 순 없지만, 그런 부분에 최대한 휘둘리지 않으려고 마인드컨트롤을 잘 하고 있다. 어차피 옥타곤에 올라가면 강한 사람이 이기는 거다. 그걸 바꿀 순 없다. 하루하루 더 강해져서 가능한 강한 상태로 싸우자는 마음으로 준비하고 있다.

- 마리오 바티스타. 열심히 분석했을 텐데, 스타일이나 전력이 어떤가.
키가 나보다 약간 크고 스텝이 활발하다. UFC 데뷔 이전 경기를 본 결과 못하는 영역이 특별히 없더라. 그런데 특출난 부분도 마땅히 없는 것 같아 그 부분을 잘 이용할 생각이다. 서브미션이 눈에 띄지만, 그래플링이 뛰어나서라기보다 타격으로 좋은 상황을 만든 뒤 잡은 경우다. 스탠딩에서 나에게 좋은 흐름을 만드는 게 포인트가 될 것 같다.

- 어떤 점에서 이길 수 있을 것 같은가.
페트르 얀에게 패한 뒤 많이 바뀌고 성장했다고 생각한다. 이번 상대 정도는 이겨줘야 올라갈 수 있다. 근거 없는 자신감으로 볼 수도 있는데, 경기 당일 내가 더 강한 사람일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이번에는 어떤 부분을 기대할 수 있을까.
이번에도 대차게 싸우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안 맞고 때리는, 좀 더 기술적인 모습을 보여주려는 생각도 많이 한다. 

- 올해 여름엔 유독 많은 한국 선수들이 출전한다. 정찬성의 승리에 이어 연승해주길 바라는 팬들이 많다.
찬성이 형의 좋은 경기에 긍정적인 에너지를 받았다. 나 역시 뒤에 출전하는 선수에게 좋은 기운을 전해주기 위해 멋지게 이기도록 노력하겠다. 물론 보너스도 받아야 한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