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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이라의 아메리칸드림

글로버 테세이라는 2019년 초까지만 해도 은퇴를 고려했었다. UFC에 입성하면서 돌풍을 일으키기도 했던 그였지만, 정상 등극에 실패하면서 주춤하더니 2016년부터는 승리와 패배를 반복했다. 분명 만족스럽지 못한 행보였다.

스스로 '이제 그만할 때가 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때마침 그의 나이는 40대에 접어들었다. 자신의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인정해야할 것만 같았다. 그래서 2019년에 들어서도 지지부진한 행보를 벗어나지 못하면 현역생활을 마감해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런데 반전이 일어났다. 칼 로버슨을 이기며 2019년을 기분 좋게 시작하더니 그해 3승을 따낸 것이다. 

상승세는 2020년에도 계속됐다. 자신감을 회복한 테세이라는 미들급에서 올라온 두 복병, 앤서니 스미스와 티아고 산토스를 차례로 격파하고 타이틀에 가장 가까운 위치까지 올라섰다. 

현재 5연승. 그가 2012년 UFC에 입성해 돌풍을 일으킬 때와 같은 성적이다. 그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5연승 뒤 타이틀 도전이 예정돼있다. 이번 주말 열리는 UFC 267에서 챔피언 얀 블라코비츠와 맞선다.

미들급 챔피언 이스라엘 아데산야가 갑자기 끼어들면서 예상보다 조금 늦어졌지만 결국 정상에 도전할 기회를 잡았다. 다른 파이터였다면 강한 불만을 제기하며 난리를 칠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는 묵묵히 기다렸다.  

테세이라는 UFC에서 의미 있는 기록을 세우고 있는 중이다. 지난 경기에서 산토스를 꺾으면서 UFC 라이트헤비급 역사상 가장 많은 12 피니시 승리를 달성했다. 라이트헤비급에서 가장 많은 서브미션승 역시 그의 차지다. 여섯 번을 조르기 기술로 승리했다. 

무엇보다 UFC의 모든 체급을 통틀어 5연승을 기록한 최초의 40대 파이터라는 타이틀을 달았다. 최다 승리나 최다 피니시, 최다 넉아웃 등과 같은 것들에 비해 이런 기록은 잘 깨지지 않는다. 랜디 커투어나 댄 헨더슨, 앤더슨 실바 같은 빅네임도 성공하지 못한 대단한 실적이다.  

그의 이번 타이틀 도전은 처음보다 더 각별하게 다가온다. 아메리칸드림의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점은 이전과 차이가 없으나 부진을 극복하고 다시 정상으로 도약했다는 것과 42세(1979년생)로 은퇴가 오래 남지 않았다는 사실에서 이번 경기의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어쩌면 이번이 마지막 타이틀 도전일 수도 있다.

브라질 출신 테세이라의 아메리칸드림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 미국에서 활동하던 중 불법체류자라는 사실이 발각돼 추방되는 아픔을 겪었다가 결국 미국에서 MMA로 성공하겠다는 굳은 목표로 다시 돌아와 지금의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의 꿈인 UFC 챔피언 등극이 이번 주말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