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 간 격투기 선수로 활동하면 기억에 남는 순간들이 생기게 마련이다. 네이트 마쿼트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초대 킹 오브 판크라스(판크라스 챔피언)에 등극한 것, UFC 미들급 타이틀전에 출전한 것, 혹은 하이라이트 영상에 등장할 KO 장면을 만들어 낸 것을 모두 포함해 마쿼트는 종합격투기 무대에서 기념할만한 가치가 있는 멋진 활약을 펼쳤다. 그리고, 덴버 출신으로 부드러운 화법을 구사하는 마쿼트는 지난 주 은퇴를 선언했다.
현재 가장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사안은 1999년 시작해 작년 11월 세사르 페헤이라에게 1-2 판정패를 당하기까지 거둔 마쿼트의 38승 19패 2무 전적이다. 필자는 2001년 IFC 대회 질 카스티요와의 경기를 앞둔 마쿼트에 대한 기사를 쓰는 것으로 마쿼트와의 인연을 시작했는데, 마쿼트와 관련된 가장 멋진 기억은 그의 전적이 아니다. 2007년 딘 리스터와의 경기를 치르기 전 실시했던 인터뷰의 녹음 테이프가 망가졌다고 말했더니 경기를 치르는 그 주에 다시 한번 인터뷰를 해도 된다고 흔쾌히 동의했던 것이다.
굉장히 드문 일이다. 인터뷰 녹음 테이프가 망가진 것 뿐만 아니라 똑같은 인터뷰를 두 번이나 해도 괜찮다고 하는 선수 또한 드물다. 마쿼트는 솔직함과 겸손함을 갖춘 선수였다. 항상 감사하다고 말하면서도 경기를 앞둔 상태에서는 프로답게 행동했다. 옥타곤의 문이 닫히면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했다.
그러나 마쿼트가 이룬 업적 중 많은 부분은 옥타곤이 아닌 링에서 만들어졌다. 실제로 마쿼트가 일본 판크라스 무대에 데뷔했을 때는 이제 막 10대를 벗어난 시점이었다. 그리고 상대는 전설의 파이터 스도 겐키로, 마쿼트는 1999년 12월 겐키에게 프로 전적 첫 1패를 기록했다.
2001년 필자와의 인터뷰에서 마쿼트는 “첫 경기를 치르기 전에는 너무도 떨렸다. 내가 졌다. 하지만 내가 더 나은 선수라는 걸, 훈련을 계속하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이것이 내 가슴에 불을 지폈고, 훈련을 더 열심히 했고 경기를 치르면서 승리를 쌓을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겐키와의 경기에서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 마쿼트는 쇼니 카터를 꺾고 초대 미들급 킹 오브 판크라스에 등극했다. 겨우 22살의 나이에 세계의 정점에 우뚝 선 것이다. 하지만 마쿼트는 파이터로서 오랜 기간 동안 활동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쿼트는 그 당시에 “판크라스에선 내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챔피언에 오른 것을 아주 좋게 보고 있다. 기량은 계속 향상될 것이고 은퇴시기까지도 꽤 많은 시간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젊은 나이에 챔피언 벨트를 차지할 수 있어서 좋다. 앞으로도 오래도록 싸울 수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마쿼트는 일본에서 총 19차례 싸우며 종합격투기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라는 명성을 쌓았다. 하지만 고국 미국에서도 많은 도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2005년 8월, 마쿼트는 UFC에 데뷔해 아이반 샐러베리에게 판정승을 거뒀다.
그 후로 6년간 마쿼트는 미들급에서 꾸준히 활동하며 제레미 혼, 마틴 캠프만, 윌슨 고베이아, 데미안 마이아, 후지마르 팔랴레스와 같은 강호를 꺾고 11승 4패를 기록했다. 4패 중 3패는 탈레스 레이테스, 차엘 소넨, 오카미 유신에게 당한 판정패였다. 2007년 앤더슨 실바와의 타이틀전에서 당한 KO패가 유일한 KO패다.2010년 했던 인터뷰에서 마쿼트는 “예전엔 종합격투기가 2가지 성격을 동시에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다. 스포츠이지만 싸움이기도 하다. 놀이가 아니다. 경기에 나가면 실제로 크게 다칠 수도 있다. 이길 수도 있지만, 그 언제라도 실수를 하는 순간 KO당하거나, 조르기에 실신할 수도 있다. 컨디션이 어떤지는 상관없다. 무대에 올라 상대방을 끝내기 위해서 싸우는 것이다. 한 동안은 종합격투기가 스포츠 그 이상의 것이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마음가짐은 마쿼트가 2012년 치른 스트라이크포스 데뷔전에서 승리를 거두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마쿼트는 이 경기에서 후일 UFC 웰터급 챔피언에 오르는 타이런 우들리를 4라운드에 KO로 꺾고 스트라이크포스 웰터급 타이틀을 차지했다. 타이틀전 승리를 이번이 마지막이었다. 하지만 마쿼트는 2013년 UFC로 돌아와 제임스 테 후나를 서브미션으로, CB 달러웨이와 탬던 맥크로리를 KO로 제압하며 승리를 거뒀다. 나이를 먹었지만 파워는 전혀 줄지 않았음을 증명하며 자신이 여전히 종합격투기에서 가장 위험한 선수 중 한 명임을 보여줬다.
마쿼트를 설명하면서 ‘위험한’이라는 단어를 쓴 것이 웃기기도 하다. 왜냐하면 마쿼트는 일각에서 프로파이터하면 떠올리는 고정관념에는 전혀 들어맞지 않는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지만, 마쿼트는 격투기에 대한 애정을 가슴깊이 간직한 파이터였다. 끝없이 진화하는 종합격투기의 초창기와 현재를 잇는 역할을 한 파이터 중 한 명이었다. 마쿼트가 종합격투기계에서 앞으로도 오래도록 활동하는 것을 기대해본다. 글러브와 마우스피스만 없을 뿐이다. 마쿼트는 휴식을 취할 자격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