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에스트로' 김동현에게 뒤는 없었다. 지난 브랜든 오레일리와의 경기는 자신에게 주어진 사실상의 마지막 기회였다. 패했다면 입에서 꺼내기조차 부담스러운 단어, '퇴출'에 직면했을 것이다.
원래 김동현이 준비한 것은 타격전이었다. 신장이 7cm 큰 김동현은 사우스포 자세로 경기를 시작했다. 상대의 장기인 그래플링을 경계하면서 유리한 거리를 활용해 스탠딩에서 리드해나간다는 전략이었다.
그러나 김동현은 그래플링 경기를 방불케 할 정도로 시종일관 상대의 몸을 싸잡고 넘기고, 그라운드에서 싸우기를 반복했다. 이것은 따로 준비한 전략이 아니었다. 상대의 전력을 몸으로 느낀 뒤 즉흥적으로 시도한 운영이었다.
경기 후 김동현은 "원래 준비한 것은 타격전이었다. 상대의 그래플링을 경계하면서 타격으로 풀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클린치 상황에서 한 번 싸잡아 보니 그래플링으로도 충분히 이길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감이 생겨 그때부턴 계속 그라운드 싸움을 걸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동현은 UFC에서 치른 지난 두 경기에서 스탠딩에서 뜨겁게 부딪치는 타격가의 모습을 보여줬다. 두 번째 경기였던 폴로 레예스와의 대결은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에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사실은 그래플러에 가깝다. 김동현은 종합격투기에 데뷔할 때부터 그래플링에 두각을 나타냈고, 서브미션으로 가장 많은 승리를 따냈다. 김동현에게 큰 관심이 없거나 잘 모르는 북미 기자들은 예상치 못한 결과에 의아한 표정이었다.
"원래부터 그래플링으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편하게 했다"는 김동현은 "첨에 잡았을 때 내가 힘에서 앞선다는 것을 느꼈다. 하지만 오레일리 선수도 방어가 상당히 좋았다. 쉽게 컨트롤 할 정도의 선수는 아니었다"고 돌아봤다.
1라운드는 김동현의 완승, 2라운드 역시 전체적으로 우세했지만 후반 조금 밀린 게 아쉬움으로 남았다. 3라운드의 경우 클린치 상황에서 공격을 당하며 김동현이 밀린 양상이었다. 결코 마음을 편히 놓을 정도로 낙승은 아니었다. 그러나 김동현은 "무조건 이겼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질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토록 바라던 첫 승을 달성하며 일단 위기에서 벗어났지만 불안한 위치는 여전하다. 앞으로 2연승 정도는 해줘야 안정권에 들어설 수 있다. 다음 경기가 계약상 마지막 경기라는 점도 중요한 부분이다.
김동현은 "UFC 데뷔 이래 세 번째 경기 만에 첫 승을 거뒀다. 올해는 다 지나갔다. 내년에는 최대한 많은 경기를 뛰길 원한다. 성적이 좋으면 그에 맞는 선수를 지목해 싸우고 싶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