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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데뷔 정다운 "동양인은 중량급 어렵다? 강한 선수가 이길 뿐"

역사적으로 세계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동양인 파이터들은 거의 경량급이었다. 과거 고미 타카노리와 고인이 된 야마모토 노리후미, 호리구치 쿄지 그리고 한국의 정찬성까지 라이트급 이하 체급이 대부분이었다. UFC에선 웰터급의 김동현과 미들급의 오카미 유신이 그나마 라이트급 이상의 체급에서 좋은 성적을 남긴 동양인으로 꼽힌다.

UFC에서 경쟁하는 동양인 파이터들은 현재에도 경량급에 거의 몰려있다. 아시아의 경우 중량급 선수의 인프라가 넓지 않고, 태생적인 한계로 인해 서양 선수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사람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다.

이틀 뒤 중국 선전에서 UFC 데뷔에 나서는 라이트헤비급 파이터 정다운은 이런 주장을 인정하기 어렵다. "지금까지 그런 생각으로 해외 선수들과 싸웠다면 이기지 못했을 것"이라며 "동양인, 서양인에 상관없이 그냥 더 강하고 열심히 한 선수가 이길 뿐"이라고 강조했다.

정다운은 2015년 프로에 데뷔해 비교적 단시간에 UFC 진출이라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2016년부터 9연승을 이어가고 있는데, 그 중 8승을 해외 선수와의 대결에서 따냈으며, 여기에는 서양인 파이터가 3명 포함돼있다.   

한국인 최초로 UFC 라이트헤비급에 도전하는 정다운. 강한 선수들이 많지만 운이 잘 따라준 덕에 UFC에 진출했고, 여전히 부족한 점이 많다며 자신을 낮추는 등 겸손한 자세가 인상적이었던 그와 옥타곤 데뷔를 앞두고 다양한 대화를 나눴다(이하 일문일답). 

- UFC 데뷔를 며칠 앞두고 있다. 소감 한 마디 듣고 싶다.
이런 무대에서 싸울 수 있다는 게 아직 잘 믿기지 않는다. 긴장도 되지만 열심히 싸워보겠다.

- UFC 데뷔가 본인 파이터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는가.
원래는 나만의 색깔이 없었는데, 운동을 하면서 내 자신을 찾아가는 것 같다. 꼭 운동이 아니더라도 열심히 하면 된다는 자신감도 생겼다. 예전에는 정말 UFC가 전부인 것만 같았고, 내 인생을 바꿔줄 줄 알았다. 근데 지금은 다르다. 그냥 좀 더 강한 선수들이 모인 곳일 뿐이다. 강한 상대들과 부딪쳐서 나를 증명할 수 있다는 것에 의미가 있는 것 같다. 

- UFC 데뷔전의 중요성은 충분히 알 것이라 본다. 알려지지 않은 신인 입장에선 첫 경기의 승리가 무엇보다 크게 작용한다. 준비하면서 어떤 다짐을 많이 했는가?
모든 것을 담아서 올라가는 것 같다. 가족, 지인, 체육관 식구들, 앞으로 생길 나의 가정을 생각하면서 질 수 없다는 생각을 한다.

- 아직 정다운이라는 선수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운동은 언제 시작했는가?
프로에 데뷔한지는 4년 정도 됐다. 어렸을 때 대구에서 복싱을 4년 정도 했었고, 주짓수 체육관을 1년 반 정도 다녔다. 이후 서울로 올라와서 운동하고 있다.

- 싸움 스타일과 어떤 경기를 추구하는지 말해 달라.
그렇게 적극적으로 싸움을 걸지도 않지만, 그렇다고 소극적인 편도 아니다. 복싱 위주로 경기를 풀어가는 편이다. 상대편 스타일이나 반응에 따라 적극성은 달라진다. 거친 진흙탕 싸움보다는 만들어가는 것을 선호한다. 허점이 없다면 어떻게든 만들어서 좋은 방향으로 이끌려고 한다. 

- 선수로서 경쟁함에 있어 본인의 가장 큰 장점은? 
잘 모르겠다(웃음). 너무 능력이 뛰어난 선수들이 많아서 뭔가 내새우기가 어렵다. 애써 꼽자면 긍정적인 생각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주지 않았나 생각한다. 

- 롤모델로 정한 선수가 있는가?
헤비급 챔피언 스티페 미오치치를 좋아한다. 화려하진 않지만 기본기에 치중돼있고 자신의 스타일을 묵묵하게 구사하는 것에 매력을 느낀다.  

- UFC에서 어떤 모습을 기대할 수 있겠나?
상대는 꽤 터프한 선수다. 난 항상 모든 상대가 나보다 앞선다고 생각한다. 상대가 자신 있게 공격하는 순간이 가장 위험하지만 용기를 가지고 임하면 내게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물론 모든 순간을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없겠지만, 그런 시도로 경기의 전체적인 흐름을 만들어간다고 생각하기에 내가 잘 하는 스타일대로 할 것이다. 

- UFC라는 무대에 대한 부담은 없는가.
부담은 당연히 있다. 겁도 많이 난다. 무대가 커서라기보다 어떤 선수와의 대결이든 경기 요청을 받고, 대면하고, 케이지에 올라가면 긴장이 된다. 예전에는 대면조차 부담스러웠는데 점점 용기를 내서 이겨나가고 있고, 그렇게 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뿌듯한 느낌도 든다. 

- 데뷔전 상대가 두 번이나 바뀌었다. 경기에 집중하기가 어렵지 않았나.
놀라긴 했는데, 경기를 안 뛸 게 아니기에 어떤 상대든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생각하며 수락했다. 새 상대에 너무 맞추려 하진 않았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상대에 맞게 훈련했다. 시간은 짧았지만 최선을 다했다. 

- 경기 때마다 임하는 마인드나 철학 같은 게 있다면?
아직 부족한 점이 많고, 완성되지 않았다는 전제 하에 말하자면 맞는 것을 무서워하지 말고 지금까지 배운 것을 경기에서 사용하는 것,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 명확하기 정리를 하고 올라가는 것 같다. 이런 생각이 경기 결과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 프로 데뷔 4년 만에 UFC에 진출했다. 빨리 성장한 비결이 있다면?
나보다 나은 선수들이 많다. 내가 운이 더 좋았고 그것이 연속돼서 여기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조금이나마 준비가 돼있었기 때문에 운이 잘 이어진 것 같다. 

- 선수로서 어떤 꿈을 가지고 있는가.
랭킹 20위에 들고 싶다고 한 것은 사실 맘에 없는 말이다. 어떤 상대를 만나든 이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 동양인은 중량급에서 살아남기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자신 있는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이전에 해외 선수들과 싸웠다면 절대 이길 수 없었을 것이다. 동양인, 서양인에 상관없이 그냥 더 강하고 열심히 한 선수가 이길 뿐이다. 

- 이겨야 하는 가장 큰 동기부여가 무엇인가?
팀원들과 훈련하면서 성장했고 UFC에도 왔다. 우리 팀원이 절대 약하지 않고, 여기까지 오면서 옆에서 묵묵히 기다려준 사람들의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결과로 증명하고 싶다. 
 

사진: TFC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