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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앤더슨 실바인가③] 상위체급 강자도 농락한 싸움의 신

 


2006년 10월 미들급 챔피언에 오른 앤더슨 실바가 방어전 횟수를 늘려갈수록 UFC에겐 적지 않은 고민이 생겼다. 너무나 압도적인 기량으로 도전자들을 손쉽게 제압해버린 탓에 마땅한 도전자가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이를 두고 도전자의 씨를 말린다는 말이 나돌기도 했다.

당시 미들급엔 실바의 적수가 없었다. 리치 프랭클린, 네이트 마쿼트, 댄 헨더슨 등의 경쟁자들을 모조리 일방적으로 꺾는 등 차원이 다른 기량을 과시했던 그였다. 이에 로이 존스 주니어와의 복싱 경기가 거론되기도 했고, 라이트 헤비급으로의 체급 전향이 언급되기도 했다.

그러다 상위 체급 강자와의 대결이 잡혔다. 2008년 7월 20일(이하 한국시간) 열린 UFC FIGHT NIGHT 6에서 한 체급을 올려 라이트헤비급 경기를 갖기로 했다. 현 챔피언이 상위 체급 선수와 논타이틀 매치를 벌이는 파격적인 경기로, 당시 대회는 무료로 중계됐다.

상대는 14승 4패 1무효의 전적을 보유중인 중견급 파이터 제임스 어빈. 강자까진 아니었지만 실바가 체급의 불리함마저 극복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졌다. 경기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실바의 1라운드 1분 1초 KO승. 어빈의 로킥을 캐치한 실바는 카운터펀치로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경기 전 실바의 라이트헤비급 도전에 대해 "실바의 체격은 나와 비슷하다. 미들급과 라이트헤비급 두 체급을 오가는 데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 그는 라이트헤비급에서도 충분히 챔피언에 오를 수 있다"며 일각의 우려를 일축한 안토니오 호드리고 노게이라의 말이 딱 맞았다.

상위체급 도전은 이듬해인 2009년 또 볼 수 있었다. 이번에는 더 강한 상대가 실바 앞에 나타났다. TUF 1의 우승자로, 2008년 라이트헤비급 챔피언에 올랐던 포레스트 그리핀이 그 주인공. 타이틀 방어전에서 패하자마자 실바와 맞서는 상황이었기에, 지금의 랭킹으로 치면 1~2위에 해당한다. 이에 실바의 패배를 점치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그리핀은 경기 전 "실바는 힘과 정확도 그리고 빠른 몸놀림을 갖춘 완벽한 선수다. 공격 타이밍과 거리 조절도 완벽에 가깝다"고 추켜세우며 "난 멋지게 싸울 줄 안다. 항상 싸우던 대로 적극적으로 달려가 부딪치겠다"라며 결의를 다졌다.

그러나 이번엔 더 충격적이었다. 실바는 가드를 내린 자세로 일관하며 들어와 보라고 그리핀을 도발하더니 펀치를 쉽게 흘려보내는 것은 물론, 적시적소에 펀치를 꽂아 넣는 등 마치 상대를 가지고 노는 듯한 경기를 선보였다. 결국엔 '툭' 내민 가벼운 펀치 한 방으로 그리핀을 대자로 눕혔다. 1라운드 3분 23초만이었다.

경기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 '농락'이었다. 상대가 위 체급 강자였지만 걱정은 기우에 불과했다. 실력 차이가 많이 나는 차원을 넘어선 경기 내용이었다. 은퇴 후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그리핀의 커리어에서 가장 굴욕적이고 치욕적인 경기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약 3년 뒤인 2012년 10월. 실바는 UFC 153에서 그리핀의 라이벌이라고 할 수 있는 스테판 보너도 쓰러트렸다. 그가 상대를 망신시키는 방법은 이전보다 한 차원 진화한 모습이었다.

초반 발을 헛디디며 코너에 몰렸던 실바는 2분 40초경부터 농락쇼를 선보였다. 유리한 위치를 점했음에도 의도적으로 케이지쪽으로 돌아가 제자리 타격전을 벌인 것. 실바는 뛰어난 동체시력을 바탕으로 한 상체움직임만으로 공격을 유유히 피해내고 펀치를 적중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실바는 더 이상 장난은 치지 않겠다는 듯 펀치로 맹공을 퍼부었고, 뒤로 밀리다 케이지를 튕기고 나온 보너의 명치에 왼발 니킥을 꽂아 넣으며 승부의 마침표를 찍었다. 케이지를 등에 두고 스텝을 포기하는 것마저 실바에겐 결코 무모한 짓이 아니었다.

보너는 패배 이후 곧바로 은퇴를 선언했는데, 얼마 뒤 실바와의 경기에서 경기력 향상 약물을 사용했음이 밝혀졌다. 어떻게든 실바를 이기고자 하는 욕심에 약물의 힘을 빌렸음에도 난공불락의 미들급 챔피언을 넘지 못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