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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의 귀환

‘왕의 귀환’

이번 주말 UFC 옥타곤에 복귀하는 헨리 세후도에게 딱 어울리는 표현인 듯하다. 2020년 도미닉 크루즈를 꺾은 뒤 타이틀을 반납하고 은퇴를 선언했던 그가 3년 만에 돌아온다. 정상에 있을 때 옥타곤을 떠난 만큼 ‘왕이 돌아온다’는 표현이 전혀 이상하지 않다.

여러 엘리트 선수들이 UFC에 도전하고 있지만 세후도만큼 성공한 선수도 없다. 레슬러였던 그는 모든 선수들이 꿈꾸는 올림픽이란 무대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미국 스포츠의 영웅 중 한 명이다. 그는 2008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55kg급에서 세계 정상에 우뚝 섰다. 

하지만 2012년 미국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당시 탑시드였던 닉 시몬스에게 패하며 두 번째 올림픽 도전이 좌절됐고, 경기 직후 그는 레슬링 슈즈를 매트 한 가운데 올려 놓으며 레슬링에서의 은퇴를 알렸다.

세후도가 선택한 것은 종합격투기였다. 레슬링에서 이룬 커리어가 워낙 대단했기에 자칫하다 명예가 실추될 수도 있는 위험한 도전이었지만 그는 과감히 결정했고 무패의 유망주로 성장해나갔다. 2013년 3월부터 2014년 1월까지, 1년이 채 되지 않는 짧은 시간 동안 패배 없이 6승을 거둬들였다.

그 실적으로 종합격투기의 최고봉인 UFC 입성에 성공했다. 많은 기대를 받았던 그는 내리 4승을 따내고 최종 목표인 챔피언에 바짝 다가섰다. 당시 그를 기다리고 있던 선수는 당시 적수가 없었던 극강의 챔피언 드미트리우스 존슨이었다. 존슨에게 세후도와의 대결은 8차 방어전이었다.

세후도는 종합격투기에서 뛰어난 경쟁력을 보여줬지만 플라이급의 신이나 다름없던 존슨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존슨의 다양한 공격을 극복하지 못한 채 결국 1라운드 TKO패라는 아픔을 겪었다. 종합격투기에서 처음으로 좌절을 겪은 순간이었다. 또 복귀전에서는 2인자 조셉 베나비데즈에게마저 패하며 기세가 꺾이는 듯했다.

비가 온 뒤 땅이 굳었다. 그는 2연패라는 아픔을 딛고 더 강해졌다. 윌슨 헤이스를 완파하며 분위기를 전환하더니 서지오 페티스를 무너트리고 다시 존슨과 맞설 기회를 잡았다. 그는 또 패하고 챔피언이 되지 못한다면 은퇴하겠다는 각오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2018년 8월, 그는 UFC 227에서 존슨과 5라운드 접전을 벌인 끝에 2:1 판정으로 승리하며 챔피언 벨트를 허리에 감았다. UFC 챔피언이 된 최초의 올림픽 금메달리스트가 되는 순간이었다. 만약 그가 존슨에게 또 패했다면 지금의 세후도는 없었을 지도 모른다.

정상을 밟은 세후도는 내려올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TJ 딜라쇼를 꺾고 타이틀을 방어하더니 이후엔 체급을 올려 밴텀급 타이틀마저 손에 넣었다. 그의 마지막 경기인 크루즈와의 대결이 밴텀급 1차 방어전이었다. 그리고 돌연 선수생활을 마감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미 꿈은 이뤘고 정상에 있을 때 과감히 글러브를 벗었다.

은퇴는 했지만 그는 멀리 가지 않았다. UFC는 물론 현역 선수들과 꾸준히 훈련하면서 사람들로 하여금 복귀 기대를 갖게 했다. 특히 여러 유명 선수들을 지도하면서 이 스포츠에 대한 애정이 더 커졌고, 경쟁과 성취에 진심인 그의 심장을 자극했다.

세후도는 복귀에 대해 “내 스스로에 대한 도전일 뿐이다. 난 33세에 은퇴했다. 복귀가 절대 쉬운게 아니다. 난 행복하고 내가 이룬 것에 대해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하지만 역대 최고의 MMA 선수로 남고 싶다. 복귀하는 것이 즐겁게 느껴진다”고 했다.

상대는 현 챔피언 알저메인 스털링이다. 세후도보다 신체조건이 우수하고 그라운드에서의 진득한 그래플링으로 상대를 잠식하는 운영에 능하다.

그는 “내 타격이 더 뛰어나고 전체적인 기술 수준이 더 높다. 스털링은 내겐 그냥 돈다발 수준이다. 그래서 포기할 수 없다. 그가 벨트를 가지고 있을 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며 승리를 자신하고 있다. 

이번 복귀는 어쩌면 완벽했던 그의 커리어에 오점으로 남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늦은 나이에 복귀했음에도 다시 챔피언이 된다면 커리어의 가치는 더 빛날 것이고, 그는 이 도전이 그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