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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터급 퇴출자의 반란…'파격의 아이콘' 앤서니 존슨

 


라이트헤비급 최고의 하드펀처 앤서니 존슨이 돌연 은퇴를 선언했다. 존슨은 지난 9일(한국시간) 열린 UFC 210에서 다니엘 코미어에게 패한 뒤 "이번 경기가 마지막이었다. 여러분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일이 있다. 격투기에 관계된 것은 아니다. UFC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잊지 않겠다"는 말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존슨이 33세로 결코 많지 않은 나이에 최전성기를 보내던 중이었던 만큼 은퇴 계획을 세웠을 것이라고는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상당한 기세를 올리며 챔피언 등극을 눈앞에 둔 그였다. 다니엘 코미어에게 패했다고는 하나 존슨은 여전히 라이트헤비급 제 1의 컨텐더였다.

2006년 종합격투기에 데뷔한 존슨은 이로써 22승 6패의 통산 전적을 남겼다. UFC에선 13승 6패를 기록했다. 챔피언에 오르지 못했고 전적이 특별히 대단한 선수는 아니었지만, 존슨은 어떤 누구보다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의 행보를 보면 '파격'이라는 단어가 먼저 떠오른다.

충격적인 UFC 데뷔

존슨의 활동 초기 전적을 보고 있자면 놀랄 수밖에 없다. 존슨이 UFC와 계약하기 전의 전적은 고작 3전 밖에 되지 않는데, 더 눈길을 끄는 부분은 3승을 한 달 사이에 거뒀다는 사실이다. 한 달 간 세 번을 이기고 UFC의 부름을 받은 셈이다. 과거보다 선수 영입의 기준이 낮아진 최근에도 보기 어려운 경우다. 존슨은 2006년 8월 17일, 2006년 9월 17일(1), 2006년 9월 17일(2)에 승리한 뒤 2007년 UFC에 입성했다.

데뷔전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다. 존슨 앞에 나타난 선수는 13승 2패를 기록 중이던 채드 레이너였다. 그 중 9승을 KO(TKO) 및 서브미션을 따냈다. 전적만 보면 당연히 레이너의 승리를 점칠 수밖에 없었다. 또 이미 옥타곤에서 한 차례 싸워봤던 그였다.

그러나 존슨은 불과 13초 만에 레이너를 때려 눕혔다. 레이너는 경기가 시작되자 호기 있게 달려들었다가 존슨의 펀치에 잠들었다. 좋은 경기력으로 UFC에 데뷔하는 선수는 많지만, 첫 공식 경기를 13초 KO승으로 장식했을 정도로 인상적인 모습을 남긴 선수는 흔치 않다.

0.1톤의 체중으로 웰터급에서

존슨은 과거 경기 때마다 한계를 경험했다. 감량은 모든 선수들이 겪는 것이고, 쉽게 하는 선수는 한 명도 없지만 존슨은 일반적인 수준을 훨씬 초과했다. 웰터급 치고 큰 187cm의 신장과 우람한 골격으로 평소 체중이 약 100kg이나 됐던 탓에 20kg 이상을 감량했다. 웰터급 규정 체중은 170파운드(77.11kg). 감량폭이 큰 중량급 선수들이 보통 10kg 정도를 줄이는 것을 고려하면 단기간에 20kg 이상을 짜내는 존슨의 능력은 놀랍다. 좋게 표현해 능력이지, 경기 때마다 인간으로서 한계를 경험했다.

그가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한 이유는 경쟁력 상승에 있다. 보통의 웰터급 선수들보다 체격이 크기에 계체만 통과하면 유리한 조건에서 싸울 수 있었다. 혹자는 너무 힘들게 체중을 빼면 힘을 못 쓸 것이라고 하지만, 그건 당일 계체에 크게 적용된다. 존슨은 전날 진행되는 UFC의 계체 시스템을 최대한 활용했다. 경기까지 주어지는 약 24시간 동안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몸 상태를 정상으로 돌리고 옥타곤에 들어섰다.

존슨이 20kg이 넘는 체중을 무리없이 감량했다면 라이트헤비급에서 싸울 일은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문제가 적지 않았다. 평소 99kg의 체중으로 생활한다고 밝혔던 존슨은 경기 때만 되면 웰터급에 맞추기 위해 감량과 사투를 벌여야 했고, 초등학생 아이의 체중에 해당하는 무게를 떼어내지 못해 계체에 실패하는 일이 빈번했다. 세 번째 계체 실패의 결과는 퇴출이었다.

85%의 KO율

존슨은 라이트헤비급은 물론 UFC의 모든 체급을 통틀어 최강의 KO 머신이다. 2014년부터 UFC 라이트헤비급에서 활동한 존슨은 약 3년 만에 5번의 KO승(총 6승 2패)을 거뒀고, 특히 최근 지미 마누와, 라이언 베이더, 글로버 테세이라를 상대로 불주먹의 위용을 제대로 과시했다. 라이트헤비급에서 3경기 연속 KO승(TKO 제외)을 거둔 선수는 럭 리델 이후 존슨이 처음이었다.

존슨의 무서운 펀치가 최근에 크게 부각됐지만, 사실 그는 과거 웰터급에서 활동할 때부터 상당히 위협적인 화력을 자랑했다. 패할 때도 있었지만, 이겼다 하면 심판에게 결과를 맡기는 일이 거의 없었을 정도로 KO율이 높았다. 2007년 하반기부터 2012년 초까지 7승(4패)을 거둔 바 있는데, 당시 6승을 KO로 장식했다. 그가 UFC에서 거둬들인 총 승수는 13승, 그 중 11승이 KO(TKO)였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85%라는 계산이 나온다.

85%라는 수치가 대단하게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승수다. 승수가 얼마 되지 않을 경우 100%의 KO율을 기록하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러나 13승을 따낸 선수가 80%가 넘는 KO율을 보이는 것은 전례에 찾아보기 어렵다. 더군다나 11승의 KO승 중 9승을 1라운드에 따냈고 그 중 5승을 1분 안에 끝냈을 정도로 한 방의 결정력이 대단했다.

웰터급에서 라이트헤비급으로

체급 상향은 누구나 할 수 있다. 그러나 아무나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체급을 올릴수록 덩치가 크고 파워가 뛰어난 선수들과 경쟁해야 하는 만큼 경쟁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체급 전향이라 하면, 열의 아홉이 하향이다. 또 한 체급을 올리는 경우는 간혹 볼 수 있지만 존슨처럼 두 체급을 올리는 선수는 전례에 찾아보기 어렵다.

존슨은 체급 상향에 성공한 대표적인 선수다. 웰터급 시절 역시 강한 펀치를 보유하고 있었지만 라이트헤비급 선수가 되어 옥타곤에 복귀한 뒤 더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다. 그의 라이트헤비급 활동을 보고 있자면, 과거 웰터급에서 활동을 했었나 싶을 정도로 경기력이 인상적이었다.

안토니오 호제리오 노게이라, 알렉산더 구스타프손, 라이언 베이더, 글로버 테세이라를 1라운드에 격파했고, 지미 마누와는 2라운드 초반을 넘기지 못했다. 이런 활약으로 존슨은 랭킹 1위까지 올라섰으며 두 차례 타이틀전을 치렀다. 웰터급에서 복병 수준에 머물렀다면, 라이트헤비급에선 모두가 두려워하는 존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