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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정 경기에 나서는 정다운 출사표

시드니에서 카를로스 울버그와의 대결. 분명 부담이 될 만하다. 정다운은 최근 2연패로 승리가 절실한 상황인데, 울버그는 4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다. 더군다나 시드니는 울버그의 홈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정다운은 스스로에게 부끄럽고 싶지 않았다. 어려운 여건이지만 눈치를 보는 선수가 되기 싫어 대결을 수락했다. 정다운은 사흘 뒤인 오는 10일(한국시간) UFC 293에서 울버그와 맞선다.

경기를 앞두고 있는 정다운과 이번 경기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이하 일문일답).

- UFC에서 순항하다가 두 번의 패배를 겪었다. 그 경기에서 무엇을 느끼고, 그 패배가 앞으로의 경쟁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 같나?

많은 것을 느꼈지만, 경기 내용만 보면 한 가지만 고집했던 게 독이된 것 같아 아쉽다. 그래서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종합격투기 걸맞은 영역 확대를 많이 생각했던 것 같다. 또 평소 훈련 태도 등 스스로 부족했다고 생각된 것을 개선하고자 했다. 훈련 양이나 훈련 방향, 영양, 휴식 등에서 더 깊게 생각해보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 카를로스 울버그는 비슷한 위치에 있던 선수다. 평소 그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가졌는지, 그리고 언젠가 그와 붙을 것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지 알고 싶다.

케네디 은제추쿠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선수다. 은제추쿠와 싸울 때도 킥복서처럼 시원한 타격을 구사했다. 이길 수 있었을 정도로 압박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후 연승을 통해 더 갖춰진 모습을 보면서 이대로 순항하면 언젠가 붙을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 승리가 꼭 필요한 상황인데, 상대가 만만치 않다. 또 상대가 뉴질랜드 출신이긴 하지만, 호주는 거의 홈이나 마찬가지다. 이런 여건에서 싸우는 부담은 없나?

울버그가 뉴질랜드 출신이고 시드니가 홈이나 다름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상대의 홈에서 싸우는 게 부담이 될 수 있지만, 악조건에서 싸우는 것에 눈치 보는 선수가 되기 싫었다. 또 아예 못 이길 선수도 아니고 열심히 하면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동기부여가 됐다.

- 상대는 타격가이고 본인도 타격을 선호한다. 울버그를 상대하는 방식에 있어 가슴과 머리로 생각하는 것의 차이가 있는가?

지금까진 가슴으로 싸웠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머리로 싸울 것 같다. UFC 선수들이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뒤늦게 꺠달았다. 냉정하고 차갑게 싸우려 한다.

- 상대를 이길 만한 근거를 아려 달라.

울버그가 그라운드로 끌려간 모습을 아직 못 봤다(*그라운드에서는 아직 증명이 되지 않은 것 같다). 가드 복싱에서 은제추쿠에게 밀리는 모습을 봤고, 체력에서도 앞설 수 있을 것 같다.

 

- 은제추쿠를 이겼을 때 승리 직후 아임 코리언을 외쳤던 게 생각난다. 그건 준비했던 것가? 아니면 즉흥적으로 나온건가? 

한국에도 이런 선수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에 즉흥적으로 그랬다. 무조건 그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상황을 만들겠다.

- 이 운동을 안했으면 뭘 했을 것 같나? 이 운동을 정말 하길 잘했구나 싶을 때가 있다면?

MMA를 안 했으면 뭘 했을지 정말 잘 모르겠다. 이 운동을 통해 자신감도 얻고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내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만약 이 운동을 하지 않았다면 스스로 뭔가를 대담하게 결정하기도 어려웠을 것 같다. 이 운동을 통해 얻은 게 많다. 가족들이나 주변 지인들이 자랑스러워하고 칭찬해줄 때 기분이 좋다.

- 운동을 하면서 가장 기뻤을 때와 가장 심적으로 힘들었을 때는?

가장 좋았던 순간은 UFC 데뷔전에서 승리했을 때다. 운동 인생에서 그렇게 기뻤던 순간이 없었다. 운동 시작 1년 뒤쯤, 이 운동이 그렇게 만만치 않고 힘들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가 있었다. 또 그때 경제적인 어려움까지 찾아오면서 심적으로 어려움이 많았다. 

- 이번 경기에 의미를 부여한다면? 

연승을 하다가 좋은 선수를 이기는 것도 기회이자 성장하는 것이지만, 지금 내 상황도 더 성장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운동선수 정다운으로서 바로설 수 있도록 스스로를 몰아세우는 경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더 처절하고 더 냉정하게 싸울 수 있을 것 같다. 꼭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