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FC에서 30경기 이상을 소화하면서 20승 이상을 달성한 선수는 역사상 10명이 되지 않는다. 이것은 챔피언 등극과는 무관한 것으로, 얼마나 오랜 기간 일정수준 이상의 경기력을 유지하면서 자기 관리를 잘 했는지 여부가 관건이 된다.
대표적인 경우가 라이트급에서 경쟁하는 짐 밀러다. 2008년 UFC에 입성한 그는 지금까지 치른 모든 프로 경기를 옥타곤 안에서 소화했다. UFC의 글러브를 끼고 지금까지 치른 경기만 무려 42경기(25승 16패 1무효). 웬만한 파이터들의 통산전적보다 많은 숫자다.
42경기는 UFC 역사상 최다경기 기록에 해당한다. 한 때 최다 출전 기록을 놓고 경쟁했던 도널드 세로니가 지난해 38경기를 끝으로 옥타곤을 떠나면서 경쟁 상대는 사실상 없다.
다른 유명 파이터들처럼 화려한 커리어는 남기지 못했지만, 장기간의 꾸준함이 여러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최다출전 외에도 최다승(25), 최다 서브미션(11), 최다 파이트 오브 더 나이트(7) 등 여러 부문에서 리더로 등재돼있다.
1983년생, 어느덧 그도 불혹이 되면서 커리어의 황혼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그의 경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과거나 지금이나 옥타곤에서 매년 약 3경기씩을 꾸준히 갖는 건 변함이 없다.
그는 이번 주말 밀러는 또 한 번 UFC의 역사를 쓴다. UFC 출범 31년 이래 최초로 43번째 경기에 나서는 것. 오는 14일(한국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UFC 베가스 84에서 26승 달성을 노린다.
그가 계속 싸우는 이유는 단순하다. "난 아직 모든 상대들과 다 싸우지 못했다"고 웃으면서 "전문적으로 싸우는 것과 프로파이터의 사이에는 다른 점이 있다. 싸움으로 수입을 올리는데, 현재로서는 돈을 벌 수 있는 재밌는 방법이다"고 했다.
과거 UFC 매치메이커로 명성을 쌓은 조 실바 역시 밀러는 기회가 생기면 2주마다 싸울 수 있는 몇 안 되는 선수라고 생각했었다. 날짜와 장소, 시간만 정해지면 즉각 응했던 그였다.
밀러는 자신이 세우고 있는 기록보다 동료들에게 인정을 받는 파이터가 되길 원한다. "타이틀도 좋지만 동료들의 존경을 잃으면 그게 무슨 가치가 있는지 모르겠다"면서 "숫자는 나에게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다른 체급의 경쟁자들이 엄청난 팬이라고 할 때 그것은 내게 큰 의미가 있다. 그게 내게 필요한 전부다"고 했다.
그는 이번 경기 뒤 4월 출전을 바라고 있다. 역사적인 UFC 300에 출전하길 원하는 것. 밀러는 과거 UFC 100과 UFC 200에서 뛰었으며 UFC 300의 무대에도 서는 최초의 파이터가 되고자 한다. 그것을 이루려면 이번 경기에서 부상없이 승리하는 게 중요해 보인다.